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생명위기의 근원은 상업주의의 발호이다

관리자 | 2008.12.15 23:38 | 조회 1597

진교훈(서울대 명예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운동본부 학술위원


"생명문화 칼럼- 생명위기의 근원은 상업주의의 발호이다 "


오늘날 돈 귀신(mammon)은 스포츠계와 예술계, 의료계, 심지어 종교단체와 학교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생명공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업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생명은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가 생명공학계와 의료계에 팽배해 있다. 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과잉검사와 과잉진료, 제약회사와 대형병원의 불법적 리베이트관행 등은 병원수가를 높이고 병든 가난한 자를 착취하고 수탈한다.
 최근에 먹을거리를 위협하고 있는 멜라민 파동 등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행된 상업주의와 배금주의로부터 연원한다.
 생명공학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생명공학은 생명현상을 이용해 산업 및 의료분야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모든 기술적 고안(innovation)과 그 응용을 의미한다"고 기술돼 있으며, "생명공학은 상품과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 원료를 처리하는 과정에 과학적 공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1982년 OECD 보고서)으로 일반화돼 있다. 그러므로 생명공학은 이미 그 자체로 상업화(commercialization)와 결탁돼 있음에 우리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생명공학은 거대(巨大)과학이며, 이 거대과학은 막대한 비용과 막대한 물리적 자원, 인력이 동원돼야 하므로 연구의 주도권을 정부와 막강한 거대자본가가 쥐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은 정치경제적 영향과 지배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고, 특히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기 쉬우며, 이데올로기화됨으로써 선악의 판단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예컨대 우생학은 인구의 '질'을 향상시키려 정신지체장애, 조울증 등 유전병이 의심되는 사람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자나 범죄자를 강제로 또는 임의로 단종(斷種)시켜 후손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사이비 정치-과학 프로그램이었다.
 이밖에 생물 및 화학무기와 핵무기생산, 세균전, 생체실험, 약품의 부당한 고가화(高價化) 등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지금도 "과학기술 자체는 문제가 없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가 될 뿐"이라면서 과학기술의 중립성에 대한 신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과학은 당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사람이 만든 과학 속에는 그 과학을 만든 사람의 편견과 그 시대의 사회적 모순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과학은 영원한 진리가 아닐 뿐 아니라 불편부당하거나 가치중립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만능주의(scientism)에서 벗어나 생명공학의 설명전략의 문제점과 생명공학과 상업주의 결탁을 감시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생명공학은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설명전략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질적 환원주의다.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시키는 환원주의는 생명조차도 물질로 환원시킴으로써 생명의 신비와 존엄성을 말살시킨다.
 둘째, 기계적 결정론이다. 기계적 결정론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부정되고 인간은 사물화(事物化) 된다. 유전자결정론도 기계적 결정론에서 파생된 것이며, 유용성이 적어 보이거나 고비용이 드는 사람을 조기에 살해할 구실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인간은 기계화되고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된다.
 셋째, 공리주의다. 공리주의는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선으로 간주하고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고 모든 가치를 이용성에 둠으로써 생명가치조차 효용성에 근거해 평가하며, 생명과 인간을 개별화하고 원자화하고 상품화하며, 가치상대주의에 빠짐으로써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없고, 여론이나 선동에 의한 다수결의 횡포와 이기주의에 빠져,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
 넷째, 도구적 합리주의이다. 생명공학자와 생명산업자는 비정한 논리적 사고에 의한 도구적 합리주의에 근거해 생명공학의 상업화와 생명조작 등을 정당화하고 합리화를 획책한다. 따라서 인간은 소외되며 비인간화된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설명전략은 근원적인 생명의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공학기술의 상업주의의 발호(跋扈)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신문] 2008. 11. 23 995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