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글 / 김복태 그림
여섯 달이면 엄마 배가 제법 불러. 뭐, 아빠 배가 더 불러 장독을 안고 다니는 것 같다구? 아빠 배는 엄마 배와는 달리, 소주하고 맥주가 가득한 술 배야. '이 양반이 오늘도 또 술타령이신가?'라는 말 보다, "아가야, 아빠가 회사 일로 술 드시는 모양이구나.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이런 엄마 말이 더 좋아. 이런 말은 나를 편하게 잠들게 하는 자장가거든. 아니 그 보다 더, "여보, 부득한 일로 직원들과 술 한 잔 하게 됐어. 두 시간 쯤 늦을 거야. 우리 아기한테도 전해줘 여보, 사랑해." 이런 전화를 먼저 엄마한테 하면 엄마는 물론 내가 그 얼마나 좋을까? 하여튼 나는 바깥 소리, 특히 엄마 목소리를 아주 잘 들어. 또 손가락을 빨기 시작해. 이것은 바깥에 나가 엄마 젖을 빨아먹기 위한 준비로 '빨기'와 '삼키기'를 연습하는 거야… 내 키는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인 20~24㎝나 되고, 몸 무게는 참외 큰 것 무게인 약 650g이야. 양수의 양이 늘어나고 내 운동이 더욱 활발해져. 수영을 하다가 물을 먹기도 하지. 나도 양수에서 놀다가 양수를 삼키기도 해. 쉬야를 하기도 해. 쉬야라구? 그래 오줌말야. 콩팥에서 오줌이 덜 만들어져 묽은 오줌을 누기도 해. 의사 선생님은 엄마 배에 청진기를 들여대면,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어. kwseak@hanmail.net
[평화신문] 2009. 02. 08발행 [100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