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 (3) 인공적 출산조절

관리자 | 2012.03.15 11:34 | 조회 2237

  [생명의 문화] 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 (3) 인공적 출산조절의 원리와 문제점

 

평화신문 [1129호][2011.08.14]

 
맹광호 교수(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출산조절'을 목적으로 부부가 임신을 피하는 일을 '피임'(contraception)이라고 한다. 이런 피임의 원리는 한 마디로 남자의 생식세포인 정자(精子)와 여자의 난자(卵子)가 만나 수정(受精)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을 막는 방법에는 이들 정자와 난자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아니면 이미 생성된 두 생식세포를 기계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피임은 방법상 주로 여성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콘돔이나 정관수술처럼 남성이 하는 경우도 있다. 콘돔은 부부의 성 관계 중 남편의 정자가 부인의 질(膣)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정관수술은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으로부터 정자가 나오는 길인 정관을 잘라냄으로써 정자가 부인의 생식기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영구적 피임방법이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피임방법들 가운데는, 결혼 초기 주로 터울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먹는 피임약, 자궁내 장치, 여성용콘돔, 젤리 또는 좌약 등이 있다. 필요한 수만큼 자녀를 낳은 다음 난관을 잘라내는 난관수술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남성이나 여성이 사용하는 모든 인공적 피임방법들은 우선 그 의학적 부작용이 다양해 사용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의 의학적 부작용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먹는 피임약은 심장질환이나 심근경색증은 물론 일부 암이나 혈전증, 고혈압, 편두통 등 여러 가지 의학적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자궁내 장치는 삽입 직후 복통과 출혈 등이 있고 생리통과 함께 월경 출혈이 많아지기도 한다.

 남녀 불임수술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와 실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즉, 남성들의 정관수술 이후 항(抗) 정자항체 생성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이나 전립선암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여성의 난관수술 후에도 자궁외 임신이나 혈관 색전증 등이 적잖게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런 인공적 출산조절 방법들이 그 원리상 반생명적이고 부부들이 이런 방법에 의존해서 피임을 하는 일이 사회 전반의 성문화와 가정의 행복을 깨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인공적 피임을 통해 자녀출산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반대해 온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관심이 가장 명쾌하게 언급된 문헌이 바로 1968년 발표된 교황 바오로 6세 회칙 「인간생명」이다. 이 문헌에서 바오로 6세 교황은 인공적 피임 사용이 만연해질 경우 나타날 문제점을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광범위한 인공적 피임 사용은 결국 부부간 신뢰와 도덕적 민감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lowering of morality)이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난 지 오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혼과 가정파탄은 물론 성병과 혼외출산, 그리고 인공유산 증가 등이 그 증거다.

 둘째,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인공적 피임이 여성들을 해방시키기보다 오히려 여성을 남성들의 성적 만족을 위한 '단순한 도구'(mere instrument)로 전락시킨다는 사실이다. 즉, 남성들이 더 이상 여성의 건강과 임신에 대한 책임감이나 배려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일이다.

 셋째, 인공적 피임이 국가권력 등에 의해 '위험한 무기'(dangerous weapon)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후진국에 대한 경제지원 조건으로 강력한 피임사업을 요구한 일이라든지, 한 때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입주권을 빌미로 불임수술을 권장했던 일들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피임을 통해 여성이 해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축복받아야 할 여성의 임신이 마치 '치료받아야 할 질병'(infection to be treated)인 것처럼 인식시켜 결국 임신을 통해 태어나는 인간생명을 적대시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적 피임은 단지 인구의 수적 증가만을 막는 데 쓰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성에 대한 개념은 물론, 임신을 위한 남녀 간의 조화로운 성적 책임,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크게 바꿔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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