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가톨릭교회와 자연적출산조절 (5)가톨릭교회와 자연적 출산조절

관리자 | 2012.03.15 11:40 | 조회 3278

[생명의 문화] 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5)

 

가톨릭교회와 ‘자연적 출산조절’

 

 

평화신문  [2011.09.04]

 

맹광호 교수(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가톨릭교회가 세계 인구증가와 이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문제,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반대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가령, 1968년 반포된 교황 바오로 6세 회칙 「인간생명」 서문을 보면, 오히려 교회가 세계적 인구문제와 자녀 출산조절 등으로 고민하는 국가와 부부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회칙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회칙 「인간생명」은, 교회가 인간생명과 혼인 및 가정의 본질을 유지하고 증진할 뿐 아니라 부부들의 출산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주는 자연적 출산조절 방법의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보다 많은 부부들이 이 방법을 배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무엇보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부부들이 이 방법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즉, 회칙 16항에서 교황은 "그러므로 부부가 육체적 또는 심리적 이유이든 외적 환경의 이유이든, 다음 출산과 사이에 간격을 둬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부는 생식능력에 내재하는 자연주기를 이용해 불임기간에만 부부행위를 함으로써 도덕률을 거스르는 일이 없이 출산을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고 교회는 가르치는 바이다"하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교회가 권장하는 자연적 출산조절 방법의 원리와 사용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알고 보면 그 원리나 사용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그것은 임신에 필요한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 수명이 각각 3일과 1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여 난자가 만들어지는 배란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해서 부부가 최대 7일 정도만 금욕하면 임신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은 바로 임신이 가능한 여성의 배란시기를 알아내는 일인데, 신기하게도 여성의 몸에는 배란시기를 전후해서 여러 가지 증상과 변화가 일어나기에 이런 증상과 변화를 조금만 관심 있게 관찰하면 누구나 쉽게 이 시기를 알아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배란시기를 알아내는 방법 중에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지금 많은 나라에 보급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호주 빌링스 박사의 '점액관찰법'(Billings Ovulation Method) 이다.

 

 1972년 세계적 의학전문잡지 「란셋」에 처음 발표돼 크게 주목을 받은 이 방법은 배란시기에 여성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자궁입구 점액상태를 관찰하는 일이다.

 

 원래 사람 몸에서는 각종 점액들이 분비된다. 침샘에서 나오는 침이라든지 눈물샘에서 나오는 눈물도 모두 생리적으로 필요할 때 나오는 일종의 점액이다. 이 점액은 배란시기에 남성의 정자가 자궁 속으로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분비되는 것으로 평소 배란시기에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이 된 기쁨」이라는 책을 쓴 미국 여성작가 잉그릿 트로비쉬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강의하면서 나는 자궁경관의 점액을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여성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그와 같은 증세를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과 임신가능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고 쓰고 있다. 그러니까 점액관찰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출산을 조절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방법 자체가 아니라 이 시기에 부부가 서로 협조하는 마음으로 금욕을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가 출산조절을 원하는 부부들에게 이런 자연적 방법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일이 부부간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기적 금욕생활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부부 성관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으면 금욕을 하게 된다. 즉, 부인이 몸이 아프다든지, 남편이 멀리 출장을 가 있다면 어차피 부부관계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이유 가운데 아이를 갖고 안 갖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부부들의 출산조절 문제는 부부가 어떻게 자연적 출산조절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에 따라 이를 실천하기로 약속하느냐의 문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교회는 출산조절이 필요한 부부들에게 자연적 출산조절 방법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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