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 (2) 배아줄기세포연구의 비윤리성

관리자 | 2012.05.29 10:56 | 조회 3462

[생명의 문화]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 (2) 배아줄기세포연구의 비윤리성

우재명 신부(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1996년 영국 이언 윌머트 박사가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후 과학자들 사이에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양상태에서 거의 무한정 분열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세포로, 인체 내에서 약 210종의 다양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전분화능(totipotency)을 가지고 있기에 세포치료용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줄기세포 연구와 냉동배아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그 외 방법은 임신 외의 목적으로 수정란을 생성하는 것을 금하는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에 의해 불가능하다.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배아복제 과정을 거쳐 배아를 형성하는 것으로, 환자의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DNA)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하여 수정란을 형성한 후 포배기배의 내부세포군(inner cell mass, ICM)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환자의 유전자로부터 유래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에 환자에게 세포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면역거부 반응 문제가 적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치료라고도 부른다.
 냉동배아를 이용한 연구는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다수 수정란을 생성했으나 사용하지 않아 폐기 대상인 냉동배아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환자에게 이식하는 경우 면역거부 반응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생명인 배아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배아 내의 내부세포군(ICM)을 추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해야만 한다. 일단 파괴된 배아 생명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은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과 교황청 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Donum Vitae)을 통해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인정되고 존중돼야 하며, 모든 무고한 인간 존재가 지닌 생명은 결코 침해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라 하더라도 그 연구가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
 더욱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난자를 필요로 하는데 난자 채취에 따른 윤리적 문제 또한 심각하다. 임신은 남녀의 사랑 행위를 통해 여성의 난관 끝부분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하면서 시작되는 자연의 과정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수정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자연의 과정을 체외에서 실시하는 인공적 방법으로 바꿔 놓았다.
 인공수정을 위한 난자 역시도 불임클리닉에서 인공적 방법으로 채취하게 된다. 이때 여성은 과배란유도 과정에 따른 많은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 어떤 여성은 두통, 우울감, 피곤, 무력감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다. 심지어 사지에 감각 이상이 나타나고 후유증으로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생명을 살리려는 연구가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연구가 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기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금지돼야 한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줄기세포연구에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치료효과를 발휘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s) 연구와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 cells) 연구가 있다. 두 연구는 모두 배아를 훼손하는 윤리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지닌 줄기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성인의 조혈모세포에서 인체의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 가능한 다기능성 줄기세포를 발견했다.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유연성과 잠재성이 있음을 발견했고, 또 적절한 상황에서 배양되면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능력(pluripotency)이 있다는 것도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배아줄기세포는 세포치료용으로 사용할 때 미분화세포의 지나친 증식으로 암세포를 형성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분화과정에서 높은 안전성을 보이고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으며 이미 인체실험 단계에 이른 연구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1.10.17]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