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 (3) 배아복제와 인간복제

관리자 | 2012.05.29 10:57 | 조회 4493

[생명의 문화]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 (3) 배아복제와 인간복제

우재명 신부(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윌머트 박사는 자신이 사용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복제 방법을 인간에게 적용해 복제인간을 탄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우려가 무색하게도 그의 연구로 인해 이미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모 종교단체의 투자회사로 알려진 클로네이드사가 이미 오래 전에 복제인간 '이브'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브가 실제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복제아이인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나 일단 열린 과학의 판도라 상자를 다시 닫을 수는 없게된 것이 현실이다.
 복제인간이란 무엇인가? 복제란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갖는 개체, 곧 클론(clone)을 생산하는 것이다. 윌머트 박사는 복제양 돌리를 생산하기 위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수정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이 무핵란에 성장한 양의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핵치환기법과 전기충격법을 통해 삽입해 수정란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대리모 양에게 착상시켜 복제양이 탄생했다.
 이 방법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복제인간이 탄생하게 된다. 이 방법은 부모가 아이를 가지는 것(begetting)이 아니라 만드는 것(making)이기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시킨다.
 전통적 자녀출산 과정에서는 남녀의 성결합에 의해 수억의 정자와 한 개의 난자가 다양한 결합을 이뤄 유일하고 독특한 특성을 지닌 자녀가 태어난다. 인간복제는 이러한 전통적 출산 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난자의 핵을 제거한 무핵란과 체세포 핵이 직접 세포 융합해 23쌍의 염색체를 가지는 복제란을 형성함으로써 체세포 제공자와 동일한 유전정보를 지닌 아이가 된다.
 이러한 복제아이 탄생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내포한다.
 첫째, 인간존엄성을 해친다. 자연적 임신 과정이 아니라 체세포복제 방식에 의해 아이를 가지려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능, 외모, 건강 등의 특정한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우생학적 복제의 경우에는 목적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는 인간이 단순히 수단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영화 '아일랜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의 장기이식을 목적으로 복제인간을 생산한다면 이는 심각한 인종차별이자 존엄성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복제된 인간 역시 자신의 고유한 영혼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가족제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인간 생식의 일반적 과정은 남녀간 사랑의 결합을 통해 이뤄진다. 그에 반해, 인간복제는 성관계가 없는 무성생식으로서 체외에서 인공적 조작을 통해 이뤄진다.
 전통 가족형태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사랑의 행위를 통해 자녀를 낳고 그 자녀를 하느님 선물로 받아들인다. 설사 자녀의 성취도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교육하고 양육한다.
 반면, 복제아는 병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making) 존재이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사랑의 관계보다는 특정 기능을 위한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는 관계로 변화될 수 있다. 여기서 자녀는 철저히 수단화 될 뿐이다.
 셋째, 복제양 돌리나 다른 복제동물이 보여주는 높은 복제실패율을 감안할 때 높은 유산에 따른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더욱이 복제양 돌리가 보여준 노화 현상은 복제아이의 안전성에 대한 직접적 불안요소가 된다. 복제양 돌리는 6년생 암양의 체세포를 통해 복제가 됐는데, 6살 때 이미 12년생 양들이 보이는 노화 현상이 심해 안락사 시켰다. 이를 인간에 적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인간복제를 효과적으로 금지하려면 복제과정의 시작부터 금지시켜야 한다. 하지만 '생명윤리및 안전에관한 법'에서는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복제가 다름 아닌 체세포 핵이식에 의해 형성된 배아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다. 이 배아를 착상시켜 출산하면 복제아이가 탄생한다. 비록 생명윤리법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를 인체에 착상시키는 것을 금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과학적 호기심을 감안하면 더욱 근본적 금지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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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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