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실

[동아일보] 생명의 존엄 가르치는게 참교육...우재명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관리자 | 2008.12.15 22:41 | 조회 5057

 

 


■ ‘생명의 문화’ 역설 우 재 명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생명의 존엄 가르치는게 참교육…



유명인 자살 모방 등 걱정되지만 죽음 내모는 구조적 문제 살펴야

“생명의 존엄성을 사지선다형으로 고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해 자신의 글로 쓸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안락사나 자살도 인간 생명의 종결이라는 측면에서 나쁜 행위라는 인식이 체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탤런트 안재환 씨 사망 이후 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생명의 복음’을 주제로 25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학술세미나를 연다. 이 세미나에서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우재명(예수회) 신부를 17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신학대학원장실에서 만났다.

우 신부는 “영국에서 신학대를 다닐 때 인상 깊었던 것이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하는 것이었다”며 “생명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해 자기만의 언어로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라고 했다.

교육과 더불어 우 신부는 극단의 선택으로 개인을 내모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신성불가침을 거역하는 것이며 허용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학습 성적 압박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는 청소년의 경우처럼 구조적인 문제점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 씨 사건 이후 비슷한 방식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란 말이 나돈다고 하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존경하거나 흠모하는 유명인이 택한 자살을 ‘선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자살은 사회에 해를 끼치며 한 사람의 선택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기념품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도둑으로 몰린 친구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기억을 떠올렸다.

“친구가 죽은 뒤에도 친구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한동안 매일 학교에 나와 아들 자리에 앉아 있었고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자 운동장에 멍하니 앉아 있곤 했지요. 나만 떠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그 사람이 준 상처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는 또 효경(孝經)에 실린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공자의 말을 언급하며 “동양에서도 생명은 부모가 나에게 주신 것이기 때문에 내 몸의 일부라도 해치면 불경스럽게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미나의 주제이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5년 밝힌 회칙인 ‘생명의 복음’에 대한 설명으로 말을 맺었다.

“안락사 문제가 최대 사회 쟁점이었던 당시에 나온 교황 회칙의 핵심은 첫째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둘째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 셋째 생명의 가치였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복음으로 전한 것이지요.”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동아일보] 2008-09-19

-> 동아일보 기사 원문 바로가기 클릭

언론사 :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