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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도 태아였다” 매일 헌재 앞에서 시위

관리자 | 2019.06.05 13:09 | 조회 2162

‘낙태 반대’ 외치는 신앙인들

평일 점심·오후 각 4명씩 생명수호 팻말 들고 참여
“낙태 문제 침묵해선 안 돼”



신앙인들이 생명수호를 위해 5월 2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들.

5월 29일 오전 9시40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정문 앞. 주부 9명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오전 8시30분부터 10시10분까지 100분 동안 이들은 자리에 서서 시위를 벌였다. 팻말에 적힌 문구는 ‘재판관님! 당신들도 태아였다’, ‘부모가 자식을 죽여도 되면 자식이 부모를 죽여도 되는 법을 만들어라’ 등 낙태 반대를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날 점심과 오후에도 각각 4명씩 총 8명의 주부들이 헌재 앞에서 똑같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외국인들에게는 “베이비 킬, 노”(Baby Kill, no)라고 하는 등 낙태의 위험성을 알렸다.

지난 3월 12일부터 현재까지 헌재 앞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위를 펼치는 이들이 있다. 베드로안나회(회장 이정세) 회원들로, 오로지 생명수호만을 위해 모인 평신도 주부들 50명이다. 이들은 각각 서울대교구와 수원·인천·의정부교구 지역에서 산다. 사는 곳도, 처지도 모두 다르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점심·저녁 3개 조로 나뉘어 한 회 평균 4명씩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세(안나·75·의정부교구 고양 지축동요한본당) 회장의 남편 박희광(베드로·80)씨가 유일한 남성이지만, 그도 은퇴 후 바깥일을 하지 않고 현재 생명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오랜 기간 생명운동가로 활동해온 이 회장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그동안 생명의 중요성을 지인들에게만 전해 왔다. 그러던 중 헌재의 최근 결정을 앞두고 대사회적으로 활동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매일 번갈아 가며 시위에 참여하고, 오며가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수면시간도 줄였다.

그게 다가 아니다. 낙태죄란 무엇인지, 헌법불합치는 무슨 뜻인지도 차근차근 공부했다. 머리를 맞대 직접 문구를 고민해 팻말을 만드는 등 준비도 손수 했다. 준비를 마친 뒤에도 시위에 나서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길 한복판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의견을 밝히기가 두려웠고 해코지를 당할까 겁나기도 했다.

용기를 내 시위에 나선 지 두 달여, 이제 주부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사회에 전할 수 있어 오히려 더 기쁘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귀순(스텔라·55·인천교구 부천 소사본당)씨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팻말을 들고 서 있는 것뿐이지만, ‘저희도 낙태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팻말을 촬영해 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시위를 통해 주부들이 바라는 점은 딱 한 가지다. 낙태죄 헌법불합치·단순위헌 의견을 밝힌 헌재 재판관들을 포함해 한국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다. 때문에 주부들은 그날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희(크리스티나·52·수원 정자꽃뫼본당)씨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해 모두가 생명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계속 시위할 예정”이라면서 “더 많은 분들이 생명을 살리는 데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옥순(세레나·57·서울 역촌동본당)씨 역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시위 중 ‘천주교가 낙태 문제에 침묵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생명 살리기에 나섰으면 한다. 같이 생명을 살리자”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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