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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말기, 삶의 완성을 위한 소중한 순간(23.6.14)

관리자 | 2023.06.14 17:08 | 조회 385
생의 말기, 삶의 완성을 위한 소중한 순간

‘조력존엄사’ 법안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담화문 발표

△ 천주교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산하 가톨릭 생명윤리 자문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작년 615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일명 조력존엄사법안’)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정리한 담화문을 지난 611일 발표했다.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조력존엄사 법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담화문은 안락사의 일종인 조력자살을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고 있는 조력존엄사법안이 신자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혼란을 예방하고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생의 말기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을 간략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 주교는 이 담화문을 통해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생의 말기의 의미를 망각하고,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생명에 대한 절대적인 자유를 주장하는 사회문화적인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존엄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임을 강조하면서 인간 생명의 변함없는 가치를 강조한다.

 

생의 말기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소중한 순간이며임종 과정에 있는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 역시 조력자살을 돕는 것이 아니라자신의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낼 수 있도록 고통을 덜어주고 함께 하는 것임을 담화문은 전하고 있다.

 

 

다음은 구요비 주교 담화문 전문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조력존엄사’ 법안

 

형제자매 여러분,

1.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조력존엄사법이라고 부르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조력존엄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끝낼 수 있는 절차를 합법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존엄사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이 법안에서는 안락사의 하나인 조력자살을 미화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안락사는 의도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일반적으로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를 구분합니다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해 환자를 죽게 하는 것이고소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한 기본적인 처치(예를 들면 영양/수분 공급산소의 단순 공급 등)를 하지 않아서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그러나 두 가지 모두 일부러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기에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3. 한편, '연명의료중단'은 '안락사'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안락사'를 위한 제도로 생각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연명의료중단'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윤리적으로도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명의료중단은 임종과정에 들어선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부담이나 해가 되는 의료 행위(예를 들면 심폐소생술혈액 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등)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도 통증완화나 영양/수분 공급산소의 단순 공급 같은 기본적인 돌봄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4. 안락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중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이들은 질병과 노화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삶은 무의미하므로 의도적으로 죽음을 앞당겨서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존엄한 죽음이라고 자살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5. 그러나 존엄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입니다우리의 삶은 젊음과 건강을 누리기도 하고 질병과 노화로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도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갓 태어난 힘없고 미소한 자녀의 삶도노화와 질병으로 기력이 쇠하신 부모님의 삶도 모두 소중합니다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와 같이 우리의 삶의 어떤 순간도 삶의 한 과정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6. 생의 말기는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긴 순례의 여정을 걸어온 이는 아무리 지치고 힘이 들어도 순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갑니다자신에게 주어진 여정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여기며 마무리했을 때 그는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그렇게 본다면임종의 과정 중에 있는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은 조력자살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살아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며호스피스 완화의료 등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고인격적인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2023년 6월 11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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