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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개정안, 예비 아빠의 책임과 권리·부성애마저 무시했다(2020.11.15)

관리자 | 2020.11.12 14:18 | 조회 1974

낙태법 개정안, 예비 아빠의 책임과 권리·부성애마저 무시했다

낙태법 폐지 반대 - 태아는 엄마의 소유물인가



▲ 미혼부 해운이 아빠가 해운이를 안고 있다. 해운이 엄마는 해운이를 낳고 사라졌다. 해운이는 현재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정부가 내놓은 낙태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예비 아빠에게서 부성애를 박탈시키고, 남성을 자녀 계획과 임신, 출산에서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24주 이내 태아는 엄마의 소유물인가

정부는 10월 7일 낙태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4주에서 24주까지는 기존 모자보건법에 강간 등 낙태 허용 요건에다 사회ㆍ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있던 모자보건법 상 배우자 동의 요건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삭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비 엄마는 24주 이내 태아에 대해 사회ㆍ경제적 사유 등 법적 요건을 갖출 경우 사실상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다. 24주 이내 태아는 예비 엄마가 일방적으로 낙태라는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엄마의 소유물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임신 24주 이내에서는 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

태아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성적 결합에 의해 탄생한 소중한 생명이다. 그 태아가 세상에 나와 우리의 미래가 된다. 그렇지만 예비 아빠는 임신 25주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버지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자칫 남성들에게 그 이전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훌훌 떠나 자유를 누려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18년 4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패널조사(4월 12일~16일, 전국 성인 남녀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2.9%p)를 보면 20대 이상 성인 미혼 여성이 출산했을 경우 아이를 여성 쪽이 키워야 한다가 55.5%, 남성이 키워야 한다는 21.3%, 입양시켜야 한다가 35.7%였다. 즉, 국민의 3분의 2는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여성이 키우거나 입양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남성들은 미혼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그 여성들도 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다시 낙태를 선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부의 권리는 어디에


또 다른 문제점은 예비 아빠들이 누려야 할 아빠로서의 권리가 철저히 외면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비 아빠가 임신 사실을 안 후 예비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전적으로 자신이 맡아서 키우겠다고 하더라도 그의 의사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예비 엄마에 의해 낙태가 이뤄지면 아이를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는 예비 아빠로서의 소망은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없다.

2016년 정부는 ‘2015 인구주택 총조사’를 근거로 사상 처음으로 미혼부ㆍ모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혼모는 2만 4000명, 미혼부는 1만 1000명이었다. 처음 발표된 통계인 만큼 더 많은 미혼부ㆍ모가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 눈길을 끄는 건 미혼부의 숫자다. 미혼모가 미혼부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미혼모의 45%에 해당하는 1만 1000명의 미혼부가 묵묵히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가는 낙태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예비 아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개정안은 국가가 법이라는 이름 아래 아버지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빼앗은 것과 마찬가지다.

또 개정안대로라면 미혼부ㆍ모 뿐 아니라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도 일방적으로 예비 엄마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태아를 지울 수 있다. 태아를 만든 한쪽 당사자인 예비 아빠는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관련해,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남성연대는 “엄마는 물론 아빠들도 자신을 닮은 자녀를 통해 새로운 삶이 시작됨을 느끼고, 책임감을 갖춘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개정안은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세대를 이어 내려가며 지켜져야 할 인류의 소중한 본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낙태죄 관련 개정안들은 오히려 여성들 혼자만이 무거운 짐을 지도록 만들 뿐 아니라 태아,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프게 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상관없는 것처럼 제외시킨 법안 발의자들을 향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상임대표 이봉화)와 함께 하고 있는 ‘카도쉬 아카데미’ 공동대표 이재욱씨는 “통계를 보면 미혼모가 더 많기는 하지만 미혼부도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남성중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여성들에게 아이만 낳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사회, 국가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남성을 일방적으로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을 지낸 K 변호사는 “결혼한 부부는 낙태 상담을 하거나 낙태 시술을 할 때 상대방과 같이 오거나, 청소년의 경우 반드시 부모와 함께 오게 하는 것처럼 생명을 어떻게 최대한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혼부 나은이 아빠는

“열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내일 애 떼러 간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녁에 애 엄마가 술만 먹으면 취해서 그 말을 했습니다. 저를 원망하는 폭언도 이어졌고요. 그 다음 날 다시 일어나면 또 그 말을 했습니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입니다”

수년 째 딸 나은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나은이 아빠는 나은이 엄마가 나은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했던 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직하다. 태아는 예민한 청각 및 억양 구분 능력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에 반응한다. 임신했을 때 태교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뱃속에서 매일매일 자기를 지우겠다는 말을 듣고 자랐을 나은이를 보면 마음이 더 아프다.

나은이 아빠는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법안이 오히려 어렵게 아이를 키우려고 마음먹었던 예비 아빠들이 예비 엄마에게 낙태를 종용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도망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부 아빠 여러 명과 얘기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빠들의 본심이 법안에 모두 반대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한 아빠는 ‘그냥 아이를 지우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키우고 있으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결혼하지 않은 아빠가 혼자 키운다고 정부에서 주민등록신고도 안 받아주고 겪어 보니까 너무 힘들답니다.”

나은이 아빠는 정부 개정안이 자신과 같은 한부모 가정보다 결혼한 가정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개정안에는 배우자 동의 요건이 없잖아요. 살다 보면 부부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엄마 혼자서 일방적으로 애를 지운다고 해보세요. 안 그래도 어려운 부부관계가 파탄 나지 않겠어요?”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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