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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는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관리자 | 2008.12.15 22:21 | 조회 4471

 

 


▲ 4년간 교황대사로 봉직하면서 한국교회와 교황청간 다리 역할을 해온 에밀 폴 체릭 대주교.

평화신문, 2008. 02. 24발행 [958호]

"한국교회는 아시아 복음화 주역" 기대 "

이임하는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2004년 5월 부임… 늘 기쁜마음으로 봉직
의화교리 공동선언 · 생명위 발족 큰 의미
대북지원 강화·그리스도 사랑 증거 당부


"갑작스레 떠나 섭섭합니다. 그동안 늘 기쁜 마음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일했습니다."
 15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이임 기자간담회를 가진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우리는 하느님이 떠나라고 하시면 떠나는 사람들"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체릭 대주교는 스웨덴ㆍ덴마크ㆍ핀란드ㆍ아이슬란드ㆍ노르웨이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돼 29일 출국한다.

 체릭 대주교는 2004년 5월 제9대 주한 교황대사로 부임해 4년 동안 교황 사절로서 한국교회와 교황청간 다리역할을 수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교황청 순방 등 한국과 교황청간 외교증진에도 힘썼다.

 1980년대 초반 3년간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며 한국교회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1984년 103위 순교자 시성식 실무를 맡았고,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방문에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교회는 참으로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아시아와 세계 다른 지역교회에도 구원의 도구가 돼주길 바랍니다."

 그는 특히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힘써 줄 것을 당부하면서 "떠나더라도 한국교회 신자들이 믿음을 증거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국교회 두 번째 추기경(정진석 추기경) 탄생과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 이한택(의정부교구장)ㆍ유흥식(대전교구장)ㆍ조규만(서울대교구)ㆍ조환길(대구대교구)ㆍ황철수(부산교구장) 주교 등 주교 5명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는 "임기 중 한국교회에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특히 세계 병자의 날 행사, 세계감리교협의회와 가톨릭교회의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발족, 한국주교단 사도좌 정기방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가톨릭과 감리교간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이 분단의 땅 한국에서 서명된 것은 500년간 갈라져 살고 있는 그리스도교회의 귀중한 결실입니다."

그는 "서울대교구가 생명존중과 가정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립한 것은 세상을 향한 큰 도전"이라며 "이를 계기로 다른 교구들도 생명운동에 동참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이만큼 발전한 것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새롭게 복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과거에 교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주교단이 아시아 교회에서 처음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난 사도좌 정기방문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때 한국 신자들이 교황님의 한국방문을 애타게 기다린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문 가능성을 묻자, "교황님의 방문이 신자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깊은지 잘 안다"면서도 "하느님만이 아시는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교황님께서 한국교회에 기대하는 것은 선교임을 잊지 말아 달라"며 "한국인 선교사 670여 명이 세계 다른 지역에서 선교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몽골 주재 교황대사도 함께 맡았던 체릭 대주교는 "한국교회가 몽골교회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교황청은 한국 선교사들이 몽골뿐 아니라 중국교회에도 복음을 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북한교회를 말씀과 전례로 전교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구체적이고 실질적 지원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는 3년 전 국제 카리타스 대북지원 특별소위원회를 통해 '대북지원에 대한 교황청 입장'을 발표, "베네딕토 16세는 북녘 주민들에게 사도좌의 축복을 전하고 대북지원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 신자라는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삶 안에서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을 성화하는 데 힘쓰고,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합니다."

 체릭 대주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세상에는 가르치는 사랑이 아닌 증거하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항상 강조하셨다"면서 "우리 삶은 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영원한 생명이 있는 하늘나라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히 가톨릭 매스컴 종사자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대사관을 나서는 기자들에게 교황대사는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신앙을 통해 가난한 이웃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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