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P 자료실

[가톨릭학교법인] 첫 마음, 나프로를 통해 깨어나다

관리자 | 2023.07.07 16:11 | 조회 181
[제 193호] 첫 마음, 나프로를 통해 깨어나다

영성, 사랑의 실천 / 첫 마음, 나프로를 통해 깨어나다 / 신상은 선임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나프로운영unit

얼마 전 아이 유치원에서 부모 참여 수업을 위해 엄마의 어린 시절 중 기억에 남는 추억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지나간 시간들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옛 생각들이 떠올랐다.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문득 머릿속에 스친 기억 속의 한 장면. 바로, 첫영성체 사진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시작은 그저 성체에 대한 호기심과 엄마의 무조건적인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엄마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성당에서 기도문을 외우고, 미사를 드리고, 또래들과 교리 공부를 하며 보낸 그 시간이 즐거움과 더불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달아 갔다.

그리고 예수님의 몸, 처음 성체를 받아 모셨을 때의 그 뿌듯함까지. 생명의 부활을 경험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던 그때의 감정들이 사진 한 장으로 느껴졌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간호사가 된 이후에는 3교대 근무가 힘들다는 이런저런 핑계로 하느님과의 관계에 점차 소홀해졌던 것 같다. 그러나 잠시 내려놓았을 뿐, 어느 곳에나 어느 시간에나 하느님은 나를 지켜 주시고 이끌어 주셨기에 그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평생 동반자와 혼인을 하고, 또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두 아이를 품에 안으며 나는 매 순간 하느님이 주신 부르심을 맞이했다.


묵묵히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병동에서 나프로임신센터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마음속 깊이 자리하던 나의 영성은 나프로로 인해 다시금 일깨워지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인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신앙생활에 더불어 생명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명이 잉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 나프로를 통해 건강하게 임신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바로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가 된 것이다.

나프로는 임신이라는 결과를 뛰어넘어 하느님의 깊으신 사랑과 은총이 내려지는 축복을 준비하는 일이다. 교육을 통해, 상담을 통해, 그리고 그들과 감정적인 소통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받아들이고 맞이할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또 그 과정을 부부가 편안하게 겪을 수 있게 돕는 프랙티셔너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나프로임신센터에서는 임신 부부와 태아를 축복하는 태아 축복식(마니피캇)을 진행하고 있다. 나도 이 시간만큼은 부부들을 위한 축하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게 된다. 임신 과정 중에 겪었던 경험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모습을 보면 울컥 감정이 올라오곤 했다. 과거에 나도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1년 남짓 어려운 시기를 보냈었기에 굳이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나프로를 통해 새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경험한 부부들은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오히려 그분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내가 느끼고 얻는 부분이 훨씬 많기 때문에 마음속에 지닌 첫 마음을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게 된다. 출산 이후 아이의 커 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 주거나, 센터에 직접 아이와 함께 방문하실 때면 마음이 벅차오르고 부모의 사랑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본 아기들이 한없이 아름답고 예뻐 보인다. 망설임 없이 우리의 팔에 아이를 안겨 주실 때는 내 아이의 지나간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고 심지어 이분들이 가족처럼 따뜻 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가끔 힘에 부치는 일들이 일어난다. 출근을 앞두고 아이들이 아프다거나 미운 7살을 겪는 큰아이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릴 때면 현실을 외면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마저도 이곳을 통해서는 ‘정말 소중하고, 값지고, 누군가는 정말 간절히 원하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기에 나의 가족과 함께하는 이 순간순간이 하느님이 주신 값진 보물임을 알게 된다.
 
나의 영성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하느님을 바라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주어진 소명을 진심으로 충실히 다하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소중한 생명을 기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며 매일 아침 하루의 첫 기도를 간절히 바친다.


원문링크▼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