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시사진단] 일부 코로나19 백신 사용의 도덕성에 대해(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21.02.07)

관리자 | 2021.02.04 18:25 | 조회 1725

[시사진단] 일부 코로나19 백신 사용의 도덕성에 대해(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1분기에 시작해 3분기에 국민의 70%까지 맞게 하고 11월에는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게 목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안전성, 효율성 등 과학적, 의학적 문제와 우선순위 결정, 부작용에 대한 보상 문제 등 윤리적, 법적 고려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리는 모두 집단면역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지만, 접종에 사용되는 백신 중 일부는 오래전에 낙태된 태아의 세포에 의존하여 생산되고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도덕적 성찰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 12월에 “일부 항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사용의 도덕성에 관한 공지”에서 “윤리적으로 흠 없는 코로나19 백신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 낙태된 태아에게서 유래한 세포주를 그 연구와 생산 과정에서 이용하여 얻은 항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낙태된 태아에서 나온 세포주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어느 모로도 그러해서도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제약 회사와 정부 보건 관계자 모두에게, 의료 서비스 제공자나 백신을 맞는 사람들을 위하여 양심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백신을 생산, 승인, 배포, 제공하도록 독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쉽게 집단면역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목적 앞에서 백신 접종은 “자기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의무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추구하여야 하는 의무”이기에 백신의 생물자원이 무엇이든 그것이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의문이 들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악한 행위로부터 이로움을 얻는 것이 합당한가? 라는 것이다. 낙태된 태아의 세포주는 낙태를 통해 얻은 것이기 때문에, 그 세포주의 채취는 악한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세포주로 만든 백신의 사용은 악한 행위로부터 이로움을 얻으려는 것이므로, 윤리적으로 보았을 때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그 백신 사용이 허용되고, 만일 다른 대안들이 있다면 그 사용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 상황은 “낙태된 태아에서 나온 세포주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어느 모로도 그러해서도 안 된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이를 용인하는 것은 현재 혹은 미래의 우리에게 악한 행위라도 이로움을 줄 수 있다면 계속 그러한 연구에 참여하도록 장려할 수 있으며, 우리가 낙태 반대에 대한 신빙성을 약화하고, 마치 그것을 승인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낙태를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커진 반면, 배아와 태아와 같은 생명의 초기 단계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안일한 태도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할 수 있기에, 악한 행위를 이해하는 데에 우리의 지성을 약화하고 그것에 저항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선과 악, 죽음과 생명, ‘죽음의 문화’와 ‘생명의 문화’의 엄청난 극적인 충돌에 직면하고 있음을 충분히 깨달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이러한 갈등을 ‘대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 한가운데’ 들어가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28항)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낙태된 태아의 세포주에서 유래한 백신 사용은 용인될 수 있을지라도 그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무게는 절대로 가볍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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