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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오는 유전자 검사, 현혹되지 마세요 (21.10.24)

관리자 | 2021.10.21 11:29 | 조회 1332

TV에 나오는 유전자 검사, 현혹되지 마세요

홍보 방송 난립하는 DTC(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 질병 예측 안 되고 불확실성 높아 신뢰성 없어






상업적 성격이 짙은 DTC 유전자 검사가 TV 프로그램에서 난립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 처방 없이 유전자 검사 기관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을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라고 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DTC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같은 방송은 대게 구성이 비슷하다. 출연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의사들이 결과를 설명해 준다. 검사 결과에 따라 질병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 자연스럽게 건강에 좋다는 비타민과 의약품 성분, 건강식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결국 방송은 DTC 유전자 검사 홍보와 유전자 검사 키트 및 관련 의약품 판매로 연결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제약회사와 유전자 검사 기관의 방송 프로그램 협찬과 제작 후원이 있다.



불법 유전자 검사, 버젓이 방송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불법 유전자 검사도 방송에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 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 기관은 암과 치매와 같은 질병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 유전자 검사 기관이 할 수 있는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은 70개로 법으로 정해져 있다. 주로 비타민 농도, 피부노화, 혈당, 혈압, 탈모 등 영양상태와 생활습관, 신체적 특징을 다룬 항목이다. 그러나 방송에선 출연자가 DTC 유전자 검사 키트로 유전자 검사를 한 뒤 각종 암과 치매와 관련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불법 검사가 적법한 검사처럼 보여지는 상황이지만, 방송에 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DTC 유전자 검사가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DTC 유전자 검사는 불확실성으로 그 한계가 명확하고, 일부 검사 항목은 질병 예측과 건강 상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서다.

DTC 유전자 검사의 한계는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 사람의 유전자를 가지고 똑같은 항목을 여러 유전자 검사 기관이 검사했는데, 검사 기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항목도 있었다. 검사 기관의 기술 역량과 결과 해석 능력이 제각각이라는 문제점이 밝혀졌다.

잘못된 정보로 걱정과 불안을 느끼며 엉뚱한 건강 관리를 할 위험은 오롯이 소비자 몫으로 남았다. 또 질병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질병이 발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질병 발현은 유전자만이 아니라 수많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인데 한 가지 유전자 검사만으로 질병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건 소비자에게 사기를 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방의학과 전문의 임선희(마리아, 에이스산업보건연구소) 원장은 “질병 진단이 아닌 예측을 위한 유전자 검사의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요즘 이뤄지고 있는 유전자 검사는 무속인에게 가서 점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이 같은 사실은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기심만 자극할 뿐 내용 없어

DTC 유전자 검사 항목 중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와인선호도, 아침형ㆍ저녁형 인간, 새치, 체중감량 후 체중회복가능성(요요가능성) 등을 검사하는 항목이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검사에 돈을 쓰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DTC 유전자 검사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9월 발표한 생명윤리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에서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을 70개로 한정하지 않고 검사 기관이 원하는 검사 항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12월 30일 시행된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으로 포장된 DTC 유전자 검사의 홍보와 광고성 TV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이 앞으로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최근 정기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DTC 유전자 검사는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소비자의 건강 관리에 유용하지 않을뿐더러 결과에 대한 오해의 소지도 높다”며 DTC 유전자 검사가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지적했다. 또 사업체들이 국민을 오도하는 일이 없도록 방송과 광고 등에 규제 방안을 철저히 마련하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복지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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