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원회소식

제3회 생명수호주일 메시지

관리자 | 2010.11.29 14:53 | 조회 3552

제3회 생명수호주일 메시지

 

2005년 10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란을 계기로 우리 교구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풍조에 맞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고양하고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생명위원회를 창설하고 그 첫 번째 활동으로 12월 첫째 주일에 명동 성당에서 '생명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제 2010년 12월 첫째 주일인 오늘 생명위원회 설립 5주년과 2008년부터 시작된 생명수호주일 3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 현상들의 위협을 인식하고 '생명의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는 노력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처음으로 '본당생명수호담당자' 제도를 실시하여 현재까지 110개 본당에서 약 369명의 '본당생명수호담당자'가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교구에서 진행하는 생명존중을 위한 교육과 행사 등의 활동이 본당차원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고, 예비자 교리에 생명교육을 반영시키고, 법과 정부 정책이 생명을 존중하도록 앞장서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이 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문화'가 심각한 수준인데 비해 본당 신자들이 생명수호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명수호운동이 교구 차원의 홍보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본당 신자들의 의식과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생명수호를 위한 일꾼을 많이 키워내기 위함입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본당생명수호담당자'들의 활동으로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확산되고, 더 많은 이들이 "연약하고 방어 능력이 없는 수많은 사람" 특히 배아와 태아에게 행해지는 불의와 폭력에 맞서고 "진리와 사랑의 참된 문화"인 생명의 문화 건설에 공헌하기를 희망합니다 (생명의 복음 5,6항).

 

지난 7월 11-13일에 한국 천주교회는 꽃동네에서 제1회 생명수호대회를 열었습니다. 생명수호운동은 우리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복음 선포의 과제입니다. 생명을 선물로 받은 하느님 백성인 우리는 다시 생명을 선포하고 경축하고 봉사하도록 파견됩니다 (생명의 복음 79참조). 생명의 복음의 핵심은 모든 인간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어떤 조건에서도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귀한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정하신 창조질서인 자연법을 존중하여 인위적으로 인간 생명의 시작에 개입하여 조작하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된 낙태, 연명치료 중단과 안락사, 인공 수정과 같은 비윤리적인 생명파괴의 현상들에 대해서 모든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배워서 용감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낙태 문제는 가장 긴급한 과제입니다. 작년 말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제기한 "낙태근절운동"으로 촉발된 낙태 논쟁이 올해 계속 지속되고 모자보건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일부 여성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이 낙태를 완전히 허용하자는 주장과 법안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맞서서 최근 가톨릭신자로서 생명존중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가진 한 여성 국회의원이 수차례에 걸쳐 낙태의 비윤리성과 태아의 생명권을 법적, 의학적, 윤리적 측면에 확인하는 세미나를 열고, 낙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이처럼 불의한 법이나 제도에 맞서서 국회의원 같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신앙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고 훌륭한 일입니다. 요한바오로2세는 "국민과 공동선을 위하여 봉사하도록 부름받은 그들(국가지도자)에게는 특히 입법 수단들을 통하여 생명을 지원하는 용감한 선택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생명의 복음 90항), 특히 "낙태와 안락사는 인간의 어떠한 법으로도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범죄들"이기에 모든 사람들은 "양심적으로 그러한 법에 반대해야 할 중대하고도 명백한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생명의 복음 73항).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서도 교회는 인위적으로 인간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안락사 또는 존엄사는 "하느님 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용납할 수 없는 살해 행위"임을 분명히 확인합니다 (생명의 복음 65항).

 

체외 수정(시험관 아기)은 시술과정에서 난자 채취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착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의 수정란을 착상시킴으로써 다태(多胎) 임신과 선택적 낙태를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잔여배아들이 냉동된 후 폐기되거나 실험재료로 사용되는 등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더구나 체외수정 기술은 비배우자간의 인공 임신, 난자 매매, 대리모, 배아복제 등 창조질서와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인간 생명을 도구화하는 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분명하게 체외 수정을 반대합니다. 교회는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자녀는 부부의 권리가 아니라 은총으로 주어지는 선물임을 인식하고 출산이 불가능한 경우 입양이나 다른 봉사를 통해 생명에 대한 헌신을 드러내라고 권고합니다 (생명의 선물 5항).

 

베네딕도 16세는 "한 사회가 생명을 부인하거나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사회는 인간의 참 행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동기와 힘을 더 이상 얻지 못합니다(진리의 광채 28항)"라고 하셨습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질서와 올바른 가치에 따라 인간다운 길을 걸어갈 때 이루어집니다. 우리 사회는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적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물질과 편리함 안에서 헛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약한 생명을 보호하고 새 생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진리 안에서 참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섭시다.

 

 

2010년 12월 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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