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원회소식

[기고문]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관리자 | 2011.05.03 13:40 | 조회 3402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배아줄기 활용 세포치료제 임상시험 심의에 대하여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인간생명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인간배아도 변함없이 온전한 인격체임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초기 생명인 인간배아는 모든 인간 생명의 근원적 생명이므로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존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생명은 인간의 능력이나 기술로써가 아니라,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 이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 배아나, 수정 후 2주쯤 지나 배아 안에 원시선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의 배아는 인간생명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수정된 배아를 불임이나 질병 치료 연구에 이용하고 5년이 지나면 폐기할 수 있도록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조항은 인간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4월 27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배아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심의했다. 왜냐하면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줄기세포주가 이미 특정 세포로 분화가 종료됐다면 생명윤리법상 체내에서 이용이 금지돼 있는 줄기세포주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최초의 임상시험이 된다. 이러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기초로 식약청은 임상시험 계획 신청서를 제출한 바이오 업체들의 신청서를 심사하고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학계는 물론 종교계에서도 깊은 우려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설사 이것이 현행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심의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조치가 인간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는 없다. 왜냐하면 환자로부터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는 분화과정에서 당연히 파괴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는 초기 인간생명체인 배아를 살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삶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생명연장과 난치병 치료라는 희망을 안겨다 준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의학적 진보가 인간 존재의 파괴와 연관되거나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또는 인간의 온전한 선에 반대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나아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가르친다(신앙교리성 훈령 ‘인간의 존엄’). 무엇인가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더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윤리의 퇴보일 수 있다. 윤리를 상실한 과학은 결국 죽음과 파멸을 초래케 할 뿐이다.

과학과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을 위한 봉사가 그 근본 목적이다. 과학과 기술의 존재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이 결코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2세기의 저술가이자 법학자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Homo est qui est futurus).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오직 그 안에서만 인간은 참된 자유와 정의, 발전,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 창영(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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