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구주교님 담화문]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연민과 지지와 돌봄입니다.

관리자 | 2019.03.29 13:28 | 조회 6772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연민과 지지와 돌봄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 시기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안락사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 안락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지난해부터 말기 환자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려고 연명 의료 결정법을 시행 중인 때에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가톨릭교회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명 의료 결정법이 곧 안락사법이라고 합니다그러나 연명 의료 결정법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과도한 의료를 하지 않고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돌봄을 베풀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입니다고통받는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때문에 연명의료 결정법과 안락사법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사실 안락사란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그 자체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죽음을 야기시키는 작위 또는 부작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65고통을 없애려고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모든 행위가 안락사입니다여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사 조력 자살도 해당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안락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선언해 왔습니다.(생명의 복음 65항 참조)

 

물론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사랑과 연민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그렇지만 연민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려 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연민입니다우리가 참으로 환자에게 연민을 느낀다면 예수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함께 나누셨듯이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 66항 참조)

 

어떤 이들은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그러나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은총입니다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근본 가치입니다우리는 살아 있어야 사랑할 수 있고살아 있어야 바라는 것들을 이룰 수 있습니다. 생명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없습니다때문에 생명을 자유롭게 끊을 수 있는 죽을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말기 환자들이 침대에만 누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하느님의 모상이며 고귀한 인간입니다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고귀한 삶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그리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모든 봉사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의료인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2019년 3월 26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 자문위원회 위원장 주교 구 요 비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